성폭행에 살인까지 대학생 울리는 ‘캠퍼스 범죄

개강을 앞둔 대학 캠퍼스가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도서관이나 동아리방 등에서 벌어지는 절도사건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성폭행이나 살인 등의 강력범죄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이 대학 캠퍼스다. 대학가 주변의 자취방도 마찬가지다.

 

여대생들이 사는 원룸을 노리는 발바리들도 끝없이 나타나 대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범죄로 얼룩진 캠퍼스 풍경을 살펴봤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정모(23)씨는 학교에 갈 때 귀중품을 들고 다니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해 도서관에서 노트북과 전자수첩을 도난당한 뒤부터다. 5분 정도 자리를 비운 것이 화근이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자리로 돌아오자 책상 위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씨는 “학교 안에서 절도를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물건을 돌려달라고 게시판에 여러 번 붙여봤지만 결국 물건들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휑한 캠퍼스에서 괴한 만나

여대생 이모(21·여)씨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이씨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밤 11시가 다 되어 밖으로 나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캠퍼스 안에서 그녀는 이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을 뒤따라 오는 기분도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한 이씨. 그런데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껴안고 가슴을 만졌다. 놀라서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괴한은 사라지고 없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해 범인을 잡을 생각도 못했다는 그녀는 최대한 빨리 캠퍼스를 빠져나오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씨는 “그 일을 당한 뒤 아직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며 “곧 개강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학교에 가야할지, 휴학을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 이상 학교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 이에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대학교 안에서 각종 강력범죄 잇달아… 개강 앞둔 대학생들 불안
절도, 성폭행, 살인 등 온갖 범죄 끊이지 않아 CCTV설치하는 학교도

캠퍼스 안에서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범죄는 절도다. 이는 불황이 닥치면서 생긴 풍속도다. 도서관이나 동아리방, 심지어 학생들이 있는 강의실에서도 절도범들은 도사리고 있다. 없어지는 물건들도 대부분 고가다. 노트북이나 디지털카메라, 전자수첩 등 많은 대학생들이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동아리방이나 교수실 등에 있는 컴퓨터 등의 고가품들도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캠퍼스 곳곳에 CCTV를 설치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도서관이나 강의실 등에서 절도를 당한 학생들이 늘어나 결국 지난해  CCTV를 설치했다”며 “대학교 안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30대 남성이 대학교 안에서 숙식을 하면서 76차례에 걸쳐 절도행각을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직업 없이 전라도 광주의 대학교들을 돌면서 절도를 벌인 최모(37)씨가 장본인이다. 아예 한 대학교 옥상에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이불 등을 갖다놓고 살림까지 차린 최씨는 1년 동안 도서관을 돌면서 물건들을 훔쳤다. 그가 76차례에 걸쳐 훔친 물건은 모두 500만여 원 어치다. 훔친 금품 가운데 현금과 옷가지는 자신이 쓰고 디지털카메라 등 고가품은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도 캠퍼스 안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낮 대학 기숙사에서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했다. 부산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A(21·여)씨는 지난해 8월 짐을 가지러 기숙사에 들렀다가 갑자기 침입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긴 것. 기숙사 앞에는 남자친구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범행은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고 말았다.

 

범인 김모(28)씨는 기숙사에 들어가던 A씨를 뒤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 조사 결과 김씨는 10여 차례에 걸쳐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숙사에는 특별한 보안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낮에 침입한 괴한을 막지 못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지난 2007년에는 대학 강의실로 여대생을 유인해 성폭행을 저지른 파렴치한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당시 모 대학교 3학년이었던 B(26)씨는 캠퍼스 안에서 여대생 C(24)씨를 발견한 뒤 “인물사진을 찍어 리포트로 제출해야 하는데 모델이 필요하다”라며 빈 강의실로 C씨를 유인했다. 강의실에 들어온 B씨는 갑자기 돌변했다. 전자충격기를 꺼내 C씨를 위협해 성폭행 한 뒤 디지털카메라로 C씨의 나체사진까지 찍은 것. 그 후 사진을 보여주며 “신고하면 이를 유포할 것이다”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캠퍼스 인근의 원룸에서 살인사건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설 연휴 첫날 인천의 한 전문대학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3일 같은 학과 친구를 흉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이모(2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쯤 인천시 남구 용현동 자신의 원룸에서 윤모(25)씨와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윤 씨의 머리를 3~4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학생회비 시비로 살인까지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이날 자신의 원룸으로 윤씨를 불러 학생회비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평소에도 윤씨가 자신을 무시했다’며 윤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와 숨진 윤씨는 각각 주간과 야간 학생회장을 맡아오며 평소에도 자주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지성의 요람이 되어야 할 캠퍼스 안에서 각종 범죄가 횡행하자 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여대생 조모(22)씨는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지품 관리에 철저한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캠퍼스가 날로 각박해지는 것 같아 서글프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25)씨는 “등록금은 해마다 올리면서 왜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당하는 범죄에는 무관심한지 모르겠다”며 “학교 안에서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건지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