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강간·성매매·폭행·사기' 살인도 불사하는 청소년 범죄

최근 10대들의 문제가 단순한 걱정 수준을 넘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성인 뺨치는 청소년 강력범죄들이 판을 치고 있는 까닭이다. 단순히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가하면 또래를 성폭행하거나 성매매에 이용하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엔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알렸다는 이유로 친구를 살해한 10대 소녀의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10대들의 범죄현장을 찾았다.

 

청소년 살인동기 알고 보니 ‘단순히 화가 났다’     
또래 성폭행하거나 성매매 이용하는 일 다반사

지난 10월1일 밤 9시 4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2층 옥상에서 장모(14)양이 떨어져 숨졌다. 얼핏 보면 10대 소녀의 자살 사건으로 결론 날 만한 사건이었다. 깜깜한 밤인데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 목격자가 없었고 타살로 의심할 만한 단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 경찰에 신고해!”
폭행 후 난간에서 밀어

부검 결과는 자살로 인한 사망이란 심증을 더욱 굳혀줬다. 직접적 사인이 ‘두부손상에 의한 과다출혈’이었던 것. 그러나 시신 검시 결과는 달랐다. 장양의 허벅지와 엉덩이 등에 빗자루와 같은 물건으로 맞은 흔적이 발견됐다.


이를 본 김군태 성동경찰서 경사는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여기에 장양이 떨어졌던 2층 옥상에서 심상치 않은 물건들이 발견되어 타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부러진 빗자루와 버려진 비닐장갑 등이 그것이다.

 

김 경사는 이에 장양의 친구 등을 집중 수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장양이 사망하기  직전 사건 현장에 우모(15)양과 주모(13)양이 함께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이 후 하나씩 드러난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른 일이라기엔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던 것.


경찰에 따르면 숨진 장양과 우양, 주양은 평소 자주 어울려 다니던 사이었다. 남장을 하고 남자행세를 하고 다녔던 우양과 주양에게 장양은 ‘오빠’라고 부르며 어울렸다.

 

이들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토바이 사고가 난 뒤부터다. 우양과 장양은 지난 9월29일 성수동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4살짜리 어린이를 치는 사고를 냈다. 이들의 선택은 뺑소니였다. 쓰러진 어린이를 보고 놀란 두 소녀는 그대로 도주했고 사고를 낸 범인은 묻힐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죄책감에 시달린 장양은 다음날 경찰서를 찾아가 뺑소니 사실을 자수했고 이는 앞으로 일어날 불행의 씨앗이 됐다. 비밀로 하기로 한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는 것에 화가 난 우양은 10월1일 오후 9시쯤 장양이 사는 집 근처로 가 성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2층 옥상으로 불러냈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엔 주양도 함께였다.

 

이들은 옥상에 있던 빗자루로 장양을 심하게 폭행하고 성추행까지 했다.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닐장갑까지 끼고 성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도 계획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비닐장갑의 비밀이 밝혀진 셈.


이들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폭행과 성추행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우양 등은 장양에게 1.8m 높이의 난간에 올라가라고 강요했고 장양이 난간 위에 걸터앉자 등을 밀어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결국 장양은 사망하게 됐고 어이없는 복수극이 끝이 났다.
뺑소니 사고와 살인사건의 범인이란 것이 밝혀져 경찰서에 온 우양 등은 “밀긴 했지만 죽은 줄은 몰랐다”라고 진술하며 뒤늦은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우양과 주양은 지난해 의정부의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서 만난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토바이 절도 혐의 등으로 감호시설에 들어온 이들은 청소년 쉼터를 옮겨가며 함께 지내다 지난 9월3일 쉼터에서 도망쳐 나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성동경찰서는 우양을 구속하고 주양을 안양 소년분류심사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은 충격에 휩싸였다. 10대들이 저질렀다고 하기엔 범죄의 과정과 내용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경악스러웠던 것이다. 무엇보다 복수를 위해 친구를 살해했다는 점과 범죄를 감추기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짰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조사된 청소년 범죄 실태는 더욱 우려스럽기만 하다. 먼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점차 어려지고 있다.

 

경찰청이 발간한 경찰백서에 따르면 18~19세 소년범은 2006년 2만9840명에서 지난해 2만1697명으로 줄어든 반면 14~15세 소년범은 2006년에 2만7662명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4만5034명으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어린 시절 범죄에 노출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의 종류 역시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 과거엔 단순한 절도나 폭행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엔 살인, 강간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들도 적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한성(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흉악범은 2006년 1857명에서 2007년 1928명, 작년 3016명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또 전체 흉악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6년 12.0%에서 지난해 15.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뺨치는 강력범죄
10대도 서슴없이 범행

강력 범죄 중 그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것은 성범죄다. 이중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성폭행 건수는 2007년 800여 건에서 지난해 1600여 건으로 무려 두 배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갈수록 성인들의 성범죄가 흉악해지는 동안 이를 보고 배우는 청소년들의 성범죄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란물의 홍수 속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성폭력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가벼운 행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우려를 높이는 부분이다.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폭행사건도 예전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잔혹해졌다. 지난 3월에는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로 감금, 폭행하고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청소년이 경찰에 잡혀 충격을 준 바 있다.


정신지체 2급의 장애인이었던 유모(16)양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다. 유양은 2007년 7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모(18)군을 알게 됐다. 이들은 이후 채팅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지난 1월 유양이 가출을 한 후부터는 이군과 이군 친구와 함께 한 집에서 살았다.

 

친구 폭행 성추행하다 살해한 10대 소녀들 ‘충격’
범행 날로 흉포화되고 범죄가담 연령 점차 어려져

처음엔 유양에게 잘 대해주던 이군이 돌변한 것은 동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군은 자신의 친구인 김모군과 유양이 몰래 사귄다고 의심해 유양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군과 친구들은 “왜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냐”며 지난 2월26일부터 20여 일간 유양을 방에 감금한 뒤 잔인하게 폭행했다. 이들은 2~3시간씩 의자에 묶어 놓고 흉기로 위협했고 문신을 새겨준다며 바늘로 찌르거나 줄넘기를 휘두르며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급기야 지난 3월18일에는 달군 숟가락과 젓가락 등 쇠붙이로 폭행을 하다 화상을 입혀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군 등은 유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기는 커녕 ‘꾀병부리지 말라’며 그대로 방안에 방치했고 얼마 후 유양은 숨지고 말았다.


이후에도 가해자들의 잔인한 행각은 계속됐다. 숨진 유양의 시신을 인근 야산으로 가져가 암매장한 것. 유양의 시신은 숨진 지 3일 만인 지난 3월21일 공원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 등은 유양을 파묻은 다음날 유양 통장에서 35만원을 찾아 쓰는 만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또래 친구를 살해한 것으로도 모자라 몰래 암매장하고 돈까지 빼 쓴 10대들의 행각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용돈이나 생활비, 유흥비를 벌 목적으로 청소년들이 벌이는 범죄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또래 친구에게 성매매를 시켜 화대를 챙기는 수법이다. 10대 여학생들과 성매매를 원하는 성인남성들이 많고 그들을 찾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는 것을 노려 포주 짓을 자처하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가짜 도박판을 벌여 빚을 지게 한 뒤 성매매를 시켜 돈을 빼앗은 여고생들이 적발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여고를 중퇴한 P(19)양과 여고 재학생 3명은 올해 1월 초 알고 지내던 또래 친구 A양 등 2명을 대학가의 한 카페로 데려가 반강제로 도박판에 가담시켰다. 도박을 잘 알지도 못하던 A양 등은 이들이 시키는 대로 도박판에 낄 수밖에 없었다.

 

판돈도 컸다. 한 번에 수백만원이 걸린 도박판이 벌어진 것. 실제 현금은 오가지 않았다. 구두로 수천만원의 판돈이 오고갔다. 그 결과 A양 등은 수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다. 도박의 규칙조차 알지 못하는 여고생들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후 P양 일행은 수시로 A양 등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도박빚을 갚으라며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그리고 친절하게 돈을 버는 방법도 설명해줬다. 그것은 성인남성과의 성매매.

 

이들은 직접 인터넷에서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들을 물색해줬고 4개월간 성매매를 시켜 화대를 뜯었다. 수백회에 걸친 성매매로 A양 등이 벌어들인 돈은 1억여 원. 이 돈은 고스란히 P양 일당에게 흘러갔다.

 

포주에 보험사기까지
돈 되는 일은 뭐든지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할 때마다 P양 등은 “몸을 판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성매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가해학생들은 빼앗은 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술집에 드나드는 등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들의 행각은 학교 주변에 떠돌던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기 전까지 계속 됐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최근 청소년 범죄유형을 보면 오토바이를 이용한 보험사기, 성인여성을 상대로 한 남학생들의 성매매, 원조교제를 빙자한 꽃뱀행각, 조직 절도 등 다양한 범죄가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다”며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선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