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 주차장 ‘발바리’ 득실득실

여성운전자 노린 주차장 성범죄 급증해 공포의 장소로 급부상
인적 드문 새벽시간이 가장 위험…주차안전수칙 지켜야 안전

지하주차장이 여성들에게 공포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납치, 강도뿐만 아니라 성폭행과 같은 성범죄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CCTV를 피해 저지르는 범인들의 범죄행각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홀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어둡고 인적이 드문데다 숨을 공간이 많다는 지하주차장의 특성은 더 많은 범죄자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있어 여성들의 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여성운전자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하주차장에서 혼자 주차하는 여성들을 노리는 흉악범들로 인해서다. 특히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은 ‘지하주차장 발바리’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다.

 

실제 지난 5월16일 새벽,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날 새벽 3시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다세대 주택 지하주차장이다.

 

육군 모 부대 소속 황모(24) 상병은 귀가하던 한 여성을 뒤따라가다 지하주차장에서 이 여성을 덮쳤다. 놀란 여성을 주먹을 휘둘러 제압한 황 상병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빼앗아 “신고하면 다시 오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적의 범행 장소?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혀 헌병대에 인계된 황 상병은 “술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새벽에도 지하주차장 성폭행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새벽 2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20대 여성 A씨가 귀가하기 위해 차를 몰고 들어섰다. 주차를 시키고 차에서 내린 A씨는 숨어 있던 B씨로부터 순식간에 제압당해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범행 이후에도 A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신고하면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지나가던 A씨 일행에게 술을 같이 마시자며 접근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들을 몰래 뒤따라간 뒤 A씨가 일행과 헤어지자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5월에는 모텔에서 나오는 주부를 따라가 “불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뒤 지하주차장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파렴치범이 붙잡히기도 했다.

 

사회 선후배 사이인 허모(37)씨와 정모(31)씨는 불륜협박으로 돈을 뜯어내자는 계획 아래 5월19일 오후 6시쯤 김해시의 한 모텔에 숨어있었다. 이들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것은 때마침 모텔에서 나오던 주부 B(34)씨.

 

이들은 몰래 B씨를 집까지 따라간 뒤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130만원을 빼앗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4차례에 걸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왔다.


지난 2007년 붙잡힌 ‘제주도 발바리’도 범행 장소로 지하주차장을 선호했다. 당시 덜미를 잡혔던 박모씨는 10여 건의 연쇄성폭행 가운데 2건을 지하주차장에서 저질렀다. 귀가하던 여고생을 흉기로 위협해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는 등의 수법으로 연쇄성폭행을 저질렀던 것.

 

지난해 붙잡힌 ‘인천 발바리’의 주 무대도 지하주차장이었다. 당시 5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덜미를 잡힌 최모씨는 귀가하는 여성들을 인적이 드문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강간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는 자신의 집 반경 1km 이내에서 새벽 2~3시쯤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고 지하주차장에서 목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새벽시간대 인적이 드문 지하주차장은 어느 순간부터 여성들에게 공포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폭력과 절도 사건들이 주를 이루던 것이 최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의 무대로 변화한 것.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지하 주차장은 어둡고 인적이 드문데다 차로 가득 차 있어 범행 후에도 숨을 공간이 많고 도피하기도 쉽다는 점이 범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 CCTV도 이들에겐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얼마든지 카메라를 피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으로 인해 실제로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찰이 지난 3년(2006~2008년)간의 성범죄 발생 장소를 분석한 결과 길거리나 주차장 등 노상이 1만879건(17.9%)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소·목욕탕 1만867건(17.9%), 단독주택 9887건(16.3%), 연립주택·아파트 6874건(11.3%), 유흥업소 3850건(6.3%) 등의 순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들의 안전을 위한 서비스나 정책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먼저 ‘안심주차서비스 와치독’이란 서비스가 시행중인데 이는 주차 시 본인의 명함이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는 대신 대표번호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정보유출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2, 3차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시는 또 주차장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침으로 여성전용주차장을 확대하고 있다. 일명 ‘핑크존’으로 불리는 여성전용주차장을 늘여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이에 와치독은 10가지 여성 주차안전수칙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구석이나 외진 곳을 피해 출입구나 엘리베이터 쪽에 주차하라고 조언한다. 인적이 드물고 CCTV에도 잡히지 않는 구석진 자리는 범인들이 노리는 가장 좋은 장소인 만큼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 주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루라기나 비상벨, 소형 가스총이나 전자충격기, 호신용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 하나 정도는 구비하는 것도 좋다. 차량용 영상 블랙박스를 설치해 사고 피해를 방지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스스로 안전 지켜야

차를 타거나 내리기 전 주변을 둘러보고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필수다. 될 수 있으면 여성 전용주차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안내원이나 CCTV가 있는 주차장이라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주차장에서는 또 항상 차 열쇠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즉시 차에 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움을 청해야 할 일이 생기면 “도와주세요”라는 막연한 외침보다는 특정인에게 구체적으로 요청을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안에 휴대폰번호 등을 노출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범인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