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 잔혹사’ 풀스토리

발자국 남긴 곳엔 ‘붉은 피’ 낭자했다

 

‘희대의 살인마’가 또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말 군포에서 실종됐던 여대생이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났다. 여대생을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은 스포츠마사지사 강호순(38). 성실한 직장인과 자상한 아버지의 탈을 쓴 범인의 실상은 잔혹한 연쇄살인마였다. 그의 손에 희생된 여성은 한 명이 아니라 무려 7명. 2006년 12월부터 연쇄적으로 사라졌던 여성 7명이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난 것. 이로써 미궁 속에 빠져 ‘제2의 살인의 추억’이 될 뻔했던 경기서남부지역 연쇄실종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범행행적을 뒤쫓았다.

 

스포츠마사지업소와 축사를 오가며 성실하게 일하는 두 아들의 아버지 강호순. 그러나 그에겐 무서운 비밀이 있었다. 죄 없는 여성들을 납치해 살해까지 한 연쇄살인마라는 것. 그는 하나씩 드러나는 증거 앞에서 결국 7명의 여성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2006년 12월부터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사라진 7명이 그들이다.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
반항하자 서슴없이 살해

묻히는 듯했던 그의 범행은 군포 여대생 A(21)씨 살해사건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집을 나간 뒤 사라져 애를 태웠던 A씨는 강씨에게 죽임을 당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설날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을 수사해온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A씨가 실종 당일 강씨에게 살해돼 안산시 본오동 인근의 논 옆에 묻힌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강씨가 경찰에서 밝힌 범행목적은 성폭행이었다. 강씨는 지난해 12월19일 오후 3시10분경 군포보건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A씨를 발견해 ‘집에 태워주겠다’며 에쿠스 승용차에 태웠다.

 

 

작년 연말 사라진 군포여대생, 실종 37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
성폭행 목적으로 강호순에게 납치당한 뒤 살해·암매장 당해
경기 서남부지역서 2006년부터 사라진 7명의 여성 강호순에 피살
“여성만 보면 참을 수 없었다”는  살해동기에 경찰 수사 계속 진행

이후 군포보건소에서 800m 가량 떨어진 인적이 드문 논가로 가 차를 세운 뒤 A씨를 성폭행하려 했다. 반항하는 A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한 강씨는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협박으로 비밀번호까지 알아낸 강씨는 이날 오후 5시경 스타킹으로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논두렁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날 오후 7시26분 경 군포보건소에서 12~13km 떨어진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소재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현금 70만원을 인출했다. 당시 강씨는 CCTV에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가발을 착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후에도 태연히 일상생활을 하던 강씨는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실종사건 발생 당일 범행경로에 따라 설치된 CCTV에 잡힌 차량 7000여 대의 운전자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당일 오후 3시22분경 범행경로를 통과한 검정색 에쿠스 차량의 소유주 김모(54·여)씨를 수사하면서 실제 차량을 운전한 사람이 김씨의 아들 강씨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강씨를 상대로 사건당일 행적, 통화내역 등을 조사하던 경찰은 알리바이가 맞지 않은 것에 의심을 품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안산시 팔곡동 강씨의 집을 수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강씨의 행동은 더욱 수상해져 갔다. 영장집행을 앞둔 24일 오전 5시10분 강씨의 집 앞에 있던 에쿠스 승용차와 강씨 소유의 무쏘 차량이 갑자기 불에 탄 것.

 

또 강씨 집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30분경 강씨가 근무하는 안산의 한 스포츠 마사지숍에서 강씨를 검거했고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이로써 37일간 미궁 속에 빠졌던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은 일단락이 됐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여대생 A씨는 강씨의 첫 번째 희생자가 아닌 마지막 희생자였던 것. 이미 6명의 여성이 A씨에 앞서 억울한 죽음을 맞은 것이 밝혀지면서 연쇄살인마의 베일이 서서히 벗겨졌다.


강씨는 2005년 화재사건으로 네 번째 부인이 숨진 것에 충격을 받아 여자들을 보면 살인 충동을 느꼈고 한 명을 살해한 후엔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며 살인동기를 진술했다.

 

스포스마사지사로 일하며 첫 결혼에서 낳은 중, 고교생 아들 2명과 살고 있던 강씨는 겉으로 보기엔 성실하고 평범한 30대였다. 그러나 감춰진 그의 사생활은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강도·강간 등 전과 9범의 범죄기록이 있는데다 네 번의 결혼과 이혼경력, 동거 등 6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은 여성편력도 있었다. 또 성적충동을 참지 못하는 성격도 드러났다.


지난해 1월 맞선을 본 여성을 당일 성폭행한 뒤 합의로 풀려난 사실과 이번 살인사건의 동기가 성폭행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강씨의 이중성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은 살인동기라고 밝힌 네 번째 부인의 석연치 않은 죽음. 1998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두 차례 더 결혼과 이혼을 한 강씨는 2003년 네 번째 부인을 만나 동거를 했고 2005년에야 뒤늦게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한지 5일 만인 2005년 10월30일 안산시 본오동의 장모집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안방에 있던 부인(당시 29세)과 장모(당시 60세)가 목숨을 잃었고 작은 방에 있던 강씨와 아들은 탈출해 화를 면했다. 이 사고로 강씨는 4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밤낮 다른 이중적인 생활
서서히 드러나는 추악한 과거
 
 
당시 경찰은 강씨의 진술과 화재현장이 다르다는 점, 아내와 장모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점, 사고가 나기 1~2주 전 부인을 피보험자로 보험에 가입한 점 등에 의혹을 품고 보험금을 노린 방화에 가능성을 두고 6개월간 내사를 벌였지만 증거부족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이번 살인사건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10여년 전 자신의 덤프트럭과 운영하던 가게에 화재가 발생,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탄 경험이 있었던 것도 재수사를 결정하게 한 요인이었다.

 

이 같은 미심쩍은 강씨의 과거행적에 의심을 품은 경찰은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실종사건의 범인이 강씨일 수도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경찰이 두 번째로 밝혀낸 강씨의 희생양은 지난해 11월 수원에서 실종된 김모(48·여)씨. 당시 김씨는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수인산업도로 버스정류장에서 남편에게 “집에 들어가겠다”고 통화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런데 김씨가 사라진 곳이 강씨의 축사와 가깝고 A씨와 마찬가지로 버스정류장에서 사라졌다는 점에서 강씨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고 경찰은 이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펼쳤다.


그리고 경찰은 축사에 있던 트럭에서 압수한 강씨의 점퍼에 묻은 혈흔이 김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고 추궁 끝에 강씨에게 자백을 받아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강씨가 지목한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야산에서 암매장된 김씨의 시신을 찾았다.

 

 

비슷한 수법 비슷한 장소
7명의 여성 억울한 죽음

이처럼 김씨를 살해한 증거까지 드러나자 결국 강씨는 충격적인 범행사실을 자백했다. 2006년 12월 이후 사라진 7명의 여성을 자신이 모두 살해했다는 것.


첫 번째로 강씨에게 죽음을 당한 여성은 노래방 도우미 배모(당시 45세)씨. 2006년 12월13일 군포시 산본동 노래방에서 배씨를 만난 강씨는 2차로 한잔 더하자며 자신의 차로 배씨를 유인했다. 그후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도로상에서 성폭행을 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두 번째는 같은 달 24일 수원 장안구의 노래방에서 만난 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 강씨는 배씨와 같은 방법으로 박씨를 유인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후 안산 사사동 야산에 암매장했다. 박씨는 여대생 A씨와 마찬가지로 스타킹에 목이 졸려 암매장됐고 묻힌 장소가 가까운 곳이란 점에서 강씨에게 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 번째 범행은 2007년 1월3일에 발생했다. 강씨는 회사 일을 마치고 화성 신남동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회사원 박모(당시 52세)씨를 차량에 태운 뒤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하고 화성 삼화리 야산에 암매장했다.

 

네 번째는 같은 달 6일에 일어났다. 안양의 노래방에서 만난 노래방 도우미 김모(당시 37세)씨가 희생양이다. 강씨는 김씨에게 술 한잔을 하자며 유인해 여관에서 성관계를 가진 뒤 화성 마도면 고모리로 이동해 자신의 차안에서 넥타이로 목 졸라 살해하고 인근 공터에 암매장했다.


다섯 번째는 2007년 1월7일 사라진 여대생 연모(당시 21세)씨 살해사건이다. 그는 수원 금곡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연씨를 차에 태운 뒤 수원호 매실동 황구지천 부근에서 성폭행 하고 목 졸라 살해 후 인근에 암매장했다.


이후 2008년 11월 주부 김씨를, 12월 여대생 A씨를 차례로 살해해 모두 7명의 여성을 살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유영철, 정남규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연쇄살인마가 등장해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끔찍한 사이코패스에 대한 공포감과 ‘제2의 살인의 추억으로 묻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란 씁쓸한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

 

<실종 부녀자 7명의 살해 일자와 암매장 장소>
▲ 노래방도우미 배모(당시 45세)씨 : 2006년 12월14일 군포시 산본동. 화성시 비봉면 비봉IC 부근 야산.
▲ 노래방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 : 2006년 12월24일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안산시 사사동 야산.
▲ 회사원 박모(당시 52세)씨 : 2007년 1월3일 화성시 신남동. 화성시 삼화리 야산.
▲ 노래방도우미 김모(당시 37세) 씨: 2007년 1월6일 안양시 안양동.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 공터
▲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 : 2007년 1월7일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금곡동 인근 천변
▲ 주부 김모(48)씨 : 2008년 11월9일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 안산시 성포동 야산
▲ 여대생 A(21)씨 : 2008년 12월19일 군포시 대야미동. 화성시 매송면 원리 논두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