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내려 살인극 펼친 불륜남녀

불륜관계의 한 연인이 결혼과 보험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남성의 부인을 살해했다. 이들은 간호사와 전직 보험회사직원으로써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완전범죄를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주도한 이들의 영화 같은 행각은 결국 범행 한 달 만에 경찰에 의해 낱낱이 밝혀졌다. 사랑과 돈에 눈이 멀어 한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이들의 패륜행각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사 한방'으로 새 부인에 돈까지 챙기려다…

 

한편의 스릴러 영화 같은 이 사건의 주인공은 전남 화순의 모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28·여)씨와 중고차매매업을 하는 조모(36)씨다.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해 6월이었다. 이씨는 자동차정비업을 하는 동생을 통해 조씨를 알게 됐고 이후 차를 장만하기 위해 조씨의 매장을 찾았다.


친절하게 중고차를 설명해 주는 조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이씨는 조씨를 통해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고 조씨는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는 빌미로 이씨와의 만남을 이어나갔다.
조씨는 아내 박모(36)씨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한 살 박이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둘 사이에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며 깊은 관계로 발전해 나갔다. 조씨는 이씨에게 “아내와 곧 헤어질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을 해 가며 이씨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6개월여를 만나며 점차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지난 해 연말경부터 부부의 인연을 맺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이들에게 조씨의 부인은 방해꾼일 뿐이었다. 아이가 둘이나 있는 박씨로서는 이혼을 쉽게 승낙할 리 만무했던 까닭이다.


결국 이들은 해서는 안 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것은 방해꾼을 제거하자는 계획.


이왕이면 꿩 먹고 알까지 먹을 수 있는 범행을 모의했다. 3년여 전까지 보험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던 조씨는 아내의 명의로 사망 시 7억2천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보험 7건에 가입했다. 새 부인과 억대의 돈까지 함께 얻으려는 속셈이었다. 당시 사업실패로 빚 독촉에 시달리던 조씨는 이씨를 꼬드겨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아내를 살해할 아이디어를 낸 것은 이씨였다. 간호사인 이씨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약물이 뭔지를 잘 알고 있었고 그 약물을 이용해 박씨를 살해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들은 범행 일을 지난 2월16일로 정했다. 이 날은 토요일로, 토요일 야간의 경우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사건이 났을 경우 전문요원 대신 현장출동요원을 보내 간이조사 정도만 하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 근무경험이 있던 조씨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다.


조씨는 이날 낮 자신의 집에서 부인 박씨에게 술을 마실 것을 권유했다. 이날 박씨는 맥주 6잔 정도를 마셨고 금새 취기가 올랐다.


조씨는 박씨에게 전남 장흥에 있는 처가에 내려가 쉬다 오라며 선심까지 썼고 기분이 좋아진 박씨는 더욱 빨리 술에 취했다. 그리고 조씨는 박씨에게 안정제를 놓아 줄 간호사를 불렀다고 말한 뒤 이씨를 자신의 집에 들였다. 이씨가 집으로 온 시각은 오후 6시 경이었다.


그리고 조씨와 이씨는 오후 8시 경 박씨를 자동차에 태운 뒤 집과 10km 정도 떨어진 한적한 도로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범행을 시작했다.

 

 

 

이혼 합의하지 않자 내연녀와 짜고 아내 살해
간호사와 전직 보험사직원이 만들어낸 치밀한 범행

 

이들은 실내등을 켠 뒤 이씨가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가져 온 약물을 박씨의 손등에 주사했다. 이 약물은 물에 희석해 4시간여에 걸쳐 천천히 몸에 투여해야 하는 약물로 원액으로 한 번에 주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결국 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 직전 상태에 이르렀고 이들은 박씨를 차에서 끌어 내렸다. 박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교통사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박씨의 머리를 시멘트바닥에 부딪히게 한 뒤 조씨는 자신의 집으로, 이씨는 혼수상태의 박씨를 실은 채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씨는 8시20분 경 광주 남부경찰서에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치었다”고 거짓신고를 했다. 병원에 온 박씨는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사고에 따른 간파열과 저혈당성 쇼크사.


이씨는 사망사고를 냈지만 도주 및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았다. 이 후에도 이들의 파렴치한 행각은 계속됐다. 아내의 사망소식을 듣고 집에서 헐레벌떡 뛰어온 것으로 연기를 한 조씨는 경찰서에서 이씨를 향해 “병원에 늦게 데리고 와서 죽은 것 아니냐. 가해자를 구속시켜야 한다”며 대성통곡을 했다. 또 사고가 난 지점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랜카드까지 거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단순한 교통사고로 묻힐 뻔 한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것은 사고과정에 이상한 점을 느낀 보험사가 경찰에 제보를 하면서부터다. 3월 초 이 같은 제보를 받은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달 여에 걸친 수사를 통해 사고 당일 두 사람이 만난 CCTV 화면 등 증거를 확보했고 박씨의 사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약물로 인한 사망임을 밝혀냈다.


완전범죄를 이뤘다고 생각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꿈에 부푼 두 사람은 범행 한 달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처음 경찰에 와서는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던 이들은 경찰이 제시한 각종 자료들 앞에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결국 이씨와 조씨는 지난 25일 살인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았다.


사건을 수사한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이 사건은 직업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십분 활용해 저지른 범행이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며 “잘못된 만남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죽음이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건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은 숨진 박씨의 친정 가족들이다. 사망 이후 줄곧 박씨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평소 포악한 기질이 있던 조씨에게 자세한 내막을 묻지도, 적극적으로 재수사에 나설 것을 요구하지도 못하던 이들 가족들은 늦게나마 진실이 드러난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고인의 가족들은 ‘이제야 죽은 사람의 한을 풀어준 것 같다’며 후련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들이 저지른 행각에 많은 이들이 씁쓸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