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음지의 꽃 '트랜스젠더 바'를 가다!

어두운 음지에서 활동할 것 같던 동성애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를 '이반'이라 부른다. 이반 문화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등의 큰 부류로 나눠진다.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세계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듯해 보인다.

 

그러나 일부 트랜스젠더가 연예계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을 뿐, 대다수의 트랜스젠더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음지에 머물고 있다. 취재기자는 지난 8월27일 이태원역 부근의 트랜스젠더 바 밀집지역을 현장 취재했다. 이태원 등지의 밤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의 생활상을 알아봤다.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다음 두 가지로 규정하는 듯하다. 하나는 여장을 한 모든 남자. 또 하나는 남자인데 여자로 수술을 한 예쁜 남자. 이 두 가지는 트랜스젠더를 말하는 것에 있어서 다 틀린 말이다. 트랜스젠더는 남자 혹은 여자의 몸을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신체와 반대되는 성을 성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남자가 여자의 성 정체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의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성장기를 트랜스젠더들은 남들과 또 다른 아픔을 겪으며 성장한다. 이에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그 정체성을 찾기 위해 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나간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말이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누구보다 심하게 겪는 그들은 결국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생활하는 곳은 어두운 음지에 가까운 유흥업소들이 대부분이다. 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하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 이제 그들만의 공간으로 자리 잡힌 그곳은 바로 이태원.

 

취재기자는 지난 8월27일 이태원으로 향했다. 오후 7시 경, 그곳은 역시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거리답게 활기찬 분위기와 더불어 조금은 어수선하고, 거리는 지저분했다. 이태원 거리의 사람들 피부색은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을 비롯한 동양인 그리고 백인과 흑인까지…. 또 다국의 언어로 써있는 현란한 간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기자는 약 3시간 가량 이태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트랜스젠더 바의 위치를 파악했다. 골목골목에 깊숙이 숨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유동인구가 많은 길가에 위치한 곳도 있었다. 또 간판에 '트랜스'라는 말을 작은 영문으로 표기해 놓은 곳과 큰 글씨로 '트랜스젠더'라는 한글간판을 걸어놓은 곳도 있었다.

 

 

이태원에서 트랜스젠더 바가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은 K클럽 주변이다. 이 클럽간판은 '이 곳이 오랫동안 이태원 밤문화를 지배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준다. 그 근처로 여러 바와 클럽, 노래주점 등이 즐비해 있다. 이태원이 오랫동안 외국문화를 수용하다 보니 그에 따른 병폐도 있을 듯했다. 주변 트랜스젠더 바 입구에는 한 눈에 봐도 트랜스젠더임을 익히 알 수 있는 몇명이 서서 버젓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클럽 옆에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 곳은 '게이바'가 많이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게이바보다는 쳐다보기에도 민망한 옷을 입은 한국여성들이 외국인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유흥업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태원에 위치한 트랜스젠더 바 중 가장 잘 놀기로 소문난 A트랜스젠더 바를 가봤다는 한 남성을 이태원의 길거리에서 만났다. 그곳을 설명해준 30대 초반의 한 남성은 "A바는 하리수의 끼를 능가하는 트랜스젠더가 많이 있다고 소문난 집"이라며 "기본 술집과는 다른 쇼와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곳의 트랜스젠더들은 테이블에서 성행위만 빼고 무엇이든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손님에게 요구한다. 일반 룸살롱 아가씨들처럼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업소를 나갈 때까지 파트너가 돼 즐긴다"고 덧붙였다.

 

트랜스젠더 바를 처음 갔을 때 어땠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이 남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처음 갔을 때, 그들이 나를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는 솔직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 내면에서도 다른 성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착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과의 대화를 마친 후 취재기자는 주변을 좀 더 탐색했다. 한 명, 두 명 트랜스젠더처럼 보이는 이들이 업소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여자보다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트랜스젠더들도 있었지만 화장하고 치마만 입었지 완전 남자 같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일반여성과는 무엇인가 다른 느낌이 풍겨져 나온 것은 사실이다.

 

어느덧 시간이 자정에 이를 무렵 취재기자는 트랜스젠더라는 큰 글씨를 간판으로 내 건 바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의 느낌은 일반 룸살롱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다른 것은 긴 생머리 트랜스젠더의 감출 수 없는 팔 근육을 본 순간이었다.

 

 
투명한 피부에 섹시한 의상을 입은 트랜스젠더 한 명이 반겨줬다. 업소 안에는 이미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입구 옆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10여명이 넘는 트랜스젠더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업소마담을 만났다. 이 곳에 들어온 이유를 설명했다. 마담은 조금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누다 '일하는 트랜스젠더들은 모두 수술을 한 것인가’ 물었다. 마담은 "이 곳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는 한 30명 정도다. 그 중에서 60% 정도만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미 무대 중앙에는 트랜스젠더들의 애환이 깃들여 있는 춤과 무용, 음향, 조명, 무대장치 등의 효과가 돋보이는 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트랜스젠더 쇼는 남성 손님들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었다. 쇼가 끝난 쇼걸은 업소를 돌아다니며 손님에게 팁을 요구한다. "쇼 무대는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만 올라갈 수 있는 그들만의 특권(?)이다"고 마담은 귀띔했다.

질문이 많아지자 마담은 귀찮은 듯 더이상의 대답을 피했다. 업소에 있는 트랜스젠더들은 바쁘게 손님 자리를 오가며 팁을 받아내기를 반복했다. 그들의 손님 테이블에서 흘리는 웃음에는 고단한 일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마담은 손님이 맞으러 나가며 "그나마 이태원 업소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해주었다.

 

업소를 나왔지만 마담이 남긴 마지막 남은 귓전에 맴돌았다.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트랜스젠더들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사회가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