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가 '게릴라형' 퇴폐 업소들로 몸살!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유흥업소들의 몸부림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짝 벌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릴라형' 업소까지 등장했다. 게릴라형 업소란 건물 전세를 얻어 일정 기간 동안 불법영업을 해오다 수사망이 좁혀올 때쯤 업소를 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치고 빠지는' 영업방식으로 성매매 집중 단속에 나선 경찰들의 의지를 비웃고 있는 것. 뛰는 단속반 위에 '펄펄 나는' 유흥업소들의 '게릴라' 전략에 대해 집중 파헤쳐봤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가 밀집지역. 네온싸인이 한창 휘황찬란한 늦은 시각에 느닷없이 철수작전이 벌어졌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각 업소별로 종업원 2∼3명이 밖으로 튀어 나와 부랴부랴 입간판을 가게 안으로 들여놓기시작했다. 이어 종업원은 유흥가를 뛰어다니며 다른 업소들에게 단속반 출동을 알렸고, 다른 업소의 종업원은 연신 휴대폰으로 신호를 보냈다.

 

 

바로 옆 길가에는 트럭 2대에 나눠 타고 온 공무원 10여명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최근 들어 불법 유흥업소에 대한 서울시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단속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각종 기발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시는 실적에 따른 자치구별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업주들의 수법이 첨단을 달려 단속 실적이 목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업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시간차형. 단속이 밤 9∼10시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해 오후 6시께 영업을 시작한 뒤 9시전에 가게문을 살짝 닫아놓고 다시 밤 11시께 슬며시 재오픈 하는 수법이다. 서울시가 시간대를 2∼3차례로 나눠 단속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단속반 인원이 분산돼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초형'도 늘어나고 있다. 업소별로 단속 전담 감시병을 두고 문 앞이나 길거리에서 대기하다가 단속반이 인근에 나타나자 마자 재빨리 업소 문을 닫고 시치미를 떼는 식이다. 이로 인해 단속반과 감시병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흔히 목격된다.

 

'당번형'도 눈길을 끈다.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업소별로 당번을 정해 1명이 단속반 출동여부를 감시하다 단속반이 나오면 전 업소로 연락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 단속반원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이렇듯 성매매 업소 업주들은 기발한 수법과 외곽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손님과 단속반을 가려내는데 혼신(?)을 다한다.

 

네온은 켜져 있는데, 막상 들이닥치면 문이 꽁꽁 잠겨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단속에 나서지만, 업주들은 귀신같이 단속반을 찍어낸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게릴라형' 업소까지 등장, 단속반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또한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인 게릴라형 업소들은 화끈한 서비스로 소리 소문 없이 뭇 남성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지난 3월23일 밤 11시 취객들로 북적거리는 서울 강남구 서초동 유흥가 일대.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임에도 술집 주변 포장마차에는 우동으로 속을 달래는 주당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김호근(가명·35)씨는 "알고 지내던 마담한테 얼핏 이야기를 듣고 몇 일전 그곳에 다녀왔으며 두 달간 바짝 영업하고 빠지는 식이라 그런지 룸살롱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내놓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마담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갈 수 있으며 경찰들이 들이닥칠 위험이 없어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에 따르면 게릴라형 업소인 L룸살롱은 1인당 30만원만 내면 아가씨는 물론 양주, 맥주 등이 무한대로 제공된다고 한다.

 

또한 L룸살롱과 같은 게릴라형 업소는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건물의 지하나 주택가에 전전세를 얻어 일부 회원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해 경찰 당국의 레이더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의 단속망이 좁혀올 때쯤이면 업소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사업장을 옮기기 때문에 단속에 걸릴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의 눈치를 살피던 김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서비스가 말도 못한다. 막판 10~20분을 남겨 놓고 이뤄지는 서비스는 기가막힐 정도"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소에 대해 같은 유흥업계에서도 따가운 시선을 보이고 있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을 흐리는 꼴"이라며 "이러한 미꾸라지로 인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착실히 내는 업주들까지 욕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업주들이 게릴라식으로 순식간에 업소를 만들었다가 문을 닫곤 해 막상 단속을 나가면 평소에 많던 불법 업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